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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축제

마야 문명의 잃어버린 축제, 죽은 자의 날(Day of the Dead)의 기원

1. 마야 문명과 사후 세계관

마야 문명은 복잡한 신화와 철학적 사상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사후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마야인들은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니라 영적인 전환으로 여겼으며, 사후 세계를 ‘치발바(Xibalba)’라 불렀다. 치발바는 신들의 시험을 거쳐야 하는 어두운 지하세계였으며, 영혼은 태양의 주기에 따라 이곳을 여행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죽은 자를 기억하고 그들이 무사히 사후 세계로 갈 수 있도록 기리는 의식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이러한 사후 세계관은 현대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과 연결되며, 마야 문명의 전통이 후대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마야 문명의 잃어버린 축제, 죽은 자의 날(Day of the Dead)의 기원

 

2. 마야 문명의 죽은 자를 위한 축제

 

마야인들은 해마다 특정한 시기에 죽은 자를 기리는 축제를 열었다. 이들은 ‘오프렌다(Ofrenda)’라는 제단을 만들어 조상의 영혼을 위한 공물을 바쳤으며, 향초, 꽃, 음식, 술, 옥수수 등을 신에게 봉헌했다. 특히 마야에서 신성시되던 카카오와 꿀이 중요한 공물로 여겨졌으며, 때로는 인간 희생도 동반되었다. 마야의 죽은 자 축제는 단순한 애도가 아니라, 사후 세계로 떠난 조상과의 교감을 위한 의식이었다. 이들은 제사 후 무도회를 열고, 신과 죽은 자를 찬양하는 노래와 춤을 통해 영혼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했다.

3. 스페인 정복과 축제의 변화

16세기 스페인의 아메리카 정복 이후, 마야 문명의 많은 전통은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가톨릭 선교사들은 마야와 아즈텍의 신앙을 우상 숭배로 간주하며 탄압했고, 이교적 의식을 금지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기존의 축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가톨릭 전통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켰다. 마야의 죽은 자 축제는 아즈텍의 ‘미클란(Mictlán)’ 개념과 혼합되었으며, 가톨릭의 ‘만성절(All Saints’ Day)’과 ‘위령의 날(All Souls’ Day)’을 포함하면서 ‘죽은 자의 날’로 변모했다. 이에 따라 죽은 자를 기리는 축제는 명확한 가톨릭 색채를 띠게 되었지만, 그 기원은 마야의 깊은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4. 현대 멕시코에서의 죽은 자의 날과 마야 문화의 흔적

오늘날 ‘죽은 자의 날’은 멕시코를 대표하는 전통 축제로 자리 잡았다. 2008년에는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축제 속에는 여전히 마야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유카탄 반도에서는 현대적인 ‘죽은 자의 날’이 아닌 전통적인 마야식 제사를 행하는 지역 공동체가 존재한다. 이들은 과거 마야인들이 했던 것처럼 신성한 향을 피우고, 카카오를 신에게 바치며, 사후 세계와 연결된 의식을 수행한다. 현대적 축제 속에서도 마야 문명의 유산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죽음을 기리는 방식은 변했지만 본질적인 정신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