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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축제

스페인에서 금지된 광기의 축제, 엘 콜라초(El Colacho)의 과거

1. 엘 콜라초(El Colacho) – 악마를 뛰어넘는 축제의 기원

스페인의 작은 마을 카스트리요 데 무르시아(Castrillo de Murcia)에서 매년 개최되던 **엘 콜라초(El Colacho)**는 유럽에서도 가장 기괴한 축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축제의 기원은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악마를 상징하는 인물이 갓 태어난 아기들을 뛰어넘는 의식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 의식은 신생아들에게 악마의 영향에서 벗어나 건강과 축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어졌다. 하지만 엘 콜라초의 유래에는 기독교적 요소뿐만 아니라, 스페인이 기독교로 개종하기 이전의 이교적 전통이 혼합되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스페인 지역에서는 악령을 쫓기 위해 불을 뛰어넘거나 정화 의식을 행하는 이교적 풍습이 존재했으며, 엘 콜라초 역시 이러한 민속 신앙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스페인 카톨릭 교회는 공식적으로 이 축제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수 세기 동안 지역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유지되었으며, 현대에도 여전히 논란의 중심이 되는 축제 중 하나였다.

 

스페인에서 금지된 광기의 축제, 엘 콜라초(El Colacho)의 과거

 

2. 악마의 형상과 의식 – 엘 콜라초의 진행 방식

 

엘 콜라초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콜라초(Colacho)"라는 악마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장식된 전통 의상을 입고, 채찍과 주머니를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거나 공포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은 악마의 존재를 조롱하거나 피해 다니면서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축제의 절정은 마을 중앙에 신생아들을 눕혀 놓고, 콜라초가 그 위를 뛰어넘는 의식이었다. 이 의식은 단순한 민속 축제가 아니라, 아기들에게 악의 기운을 몰아내고 신의 보호를 가져오는 신성한 행위로 여겨졌다. 부모들은 이 의식을 통해 아이들이 평생 악령과 질병으로부터 보호받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이 위험한 행위가 신생아들에게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축제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게 되었다.

 

3. 엘 콜라초의 논란과 사회적 갈등

엘 콜라초 축제는 전통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시대에 맞지 않는 위험한 행위라는 입장 사이에서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20세기 후반과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아기의 안전 문제와 종교적 신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카톨릭 교회 내에서도 이 축제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성직자들은 이를 비공식적 세례 의식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미신적인 관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지역 사회에서는 몇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을 갑자기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국제 인권 단체들과 아동 보호 기관들은 신생아를 대상으로 하는 위험한 의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비록 지금까지 심각한 사고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아기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나 돌발적인 사고의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이러한 비판은 엘 콜라초 축제의 운명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4. 금지와 변화 – 스페인의 전통이 사라지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스페인 정부는 공식적으로 엘 콜라초의 진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동 보호법이 강화되면서, 신생아를 포함한 위험한 종교적·민속적 의식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엘 콜라초 축제는 기존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금지되었으며, 지역 사회는 이를 현대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콜라초가 신생아가 아니라 상징적인 인형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대안을 제시했고, 일부는 축제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을 중시하는 지역 주민들은 엘 콜라초의 완전한 폐지를 반대하며, 축제가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5. 오늘날의 엘 콜라초 – 문화와 안전 사이의 갈등

비록 스페인 정부에 의해 금지되었지만, 엘 콜라초는 여전히 스페인의 독특한 문화적 유산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일부 마을에서는 새로운 형태로 변형된 축제를 통해 과거의 전통을 기리며,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축제의 소멸이 아니라, 종교적 의식과 민속 전통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불러일으킨다. 오늘날에도 스페인에서는 종교적 전통과 현대적 가치가 충돌하는 여러 사례가 있으며, 엘 콜라초 역시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통을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가라는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엘 콜라초는 단순한 민속 축제를 넘어서, 문화적 정체성과 사회적 변화가 맞물리는 중요한 역사적 사례로 남아 있다.